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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머님과 비취색 요강단지 *
결혼한지 어언 20년
꼭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게 있습니다
결혼식 날짜는 다가오고
친정엄마는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수문제는 언니와 함께 장만을 하고
많은 분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며칠 뒤
시어머님께서 막내 아들의 사는 모습이
얼마나 궁금하셨던지 회색빛 저고리에 감색 치마로
꽃단장 하시고 한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이곳 저곳을 둘러보시더니
“아가야 예쁘게 잘 꾸며 놓았구나” 하시고
잠깐 다녀오신다며 나가시더니
조그만 항아리 하나를 무겁게 들고 오셨습니다
“어머님 이게 뭐예요”
“그래 이곳 풍습에 꼭 있어야 할 물건인데”
“안사돈 어른께서 편찮으셔서 이걸 깜빡 하셨나 보다”
“누가 장만한들 어떠냐”
"너를 며느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딸로 생각할란다"
“너희들만 잘 살면 되지"
그것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취색 요강단지 였습니다
처음엔 새 새댁인 저는 얼마나 쑥스럽던지요?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엔
빛깔고운 하얀 쌀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아가 힘들더라도 잘 살아야 한다”
그 말씀 한마디에 눈물이 많은 저는
그만 어머님의 말라 버린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비록 어렵게 시작한 신혼살림 이었지만
친청엄마의 말씀보다 시어머님의 따뜻한 한마디 말씀은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열심히 살아 갈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도 어버이날만 찾아오면
장롱 속 깊숙이 간직했던 그것을 꺼내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세월만큼
쌀로 채워진 그 속엔
이젠 내 눈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죄송해요 어머님"
살아계실제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효도 한번 제대로 못 해 드린게
아직도 가슴이 너무 아파옵니다
어머님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