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기 관전평17) 한여름밤의꿈- 2024파리올림픽 남녀 결승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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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평량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4-08-05 11:31본문
조코비치와 정친원의 금메달, (2024년 여름, 파리 올림픽)
‘한여름밤의꿈’
2024년 8월 5일 자정(한국시각) 넘어선 시각, 남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롤랑 가로스의 필립 샤틀리에 센터코트에서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에게 2시간 50분만에 2-0(7-6(3), 7-6(2))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그토록 기다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로 하루 전 3일 밤, 중국의 정친원이 역시 필립 샤트리에코트에서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도나 베키치를 6-2 6-3으로 이기고 45억 아시아인을 대표해 올림픽 테니스사상 처음으로 단식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획득하지 못한 것은 테니스 단식 금메달이었다. 그동안 아시아의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에서 리팅과 쑨티엔티안이 딴 여자 복식이었다. 아시아인의 자존심을 세워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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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우리들 대부분은 알카라즈의 승리를 예측했다.
연속으로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제패하며 특히 윔블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동호인이라면 알카라즈가 패한다는 쪽에 쉽게 내기를 걸기 힘들 것이다.
실제 결승에서 보았듯이 파워와 스피드, 코트 커버력, 위너, 쇼트 기술 등 대부분의 역량에서 젊은 알카라즈에게 끌려다니며 힘겨워하는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예상하며 우리들 대부분은 조코비치 우승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조코비치였다.
그야말로 단 하나의 길, 외나무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숱한 위기를 비켜 나가면서 결국엔 최근의 메이저 2연패로 그 엄청난 위력의 물오른 알카라즈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모습은 가히 기적의 사나이라고 다시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어떻게 2세트까지 24게임을 하면서 둘 다 6:6 타이브레이크까지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는 시합을 할 수 있을까? 잔디나 하드에서 대부분을 서브의 위력으로 끝내는 경우가 아니면 아마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라 여겨진다.
대부분의 게임 지표가 비슷했고, 다음 기록에서 보듯 위너의 성공의 차이를 보이는 공격력에서는 알카라즈가 월등히 우세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코비치가 조금 앞 선 내용은 리시브와 네트플레이였고, 승부에 결정적 구실을 제공한 것은 역시 알카라즈의 언포스드 에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타이브레이크에서 알카라즈의 몇 차례 에러는 치명적이었다. 물론 조코비치의 환상적인 포핸드 크로스 위너샷 세 번은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모든 코트 커버력을 보여 왔던 알카라즈의 라켓에 겨우 스치거나 아예 건드릴 수도 없는 곡선을 그으며 빠져 나갔다.
포핸드 위너 : 조코비치 14개, 알카라스 25개
백핸드 위너 : 조코비치 1개, 알카라스 8개
리시브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36%(35/98), 알카라스 29%(27/93)
언포스드 에러 : 조코비치 25개, 알카라스 33개
첫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74%(69/93), 알카라스 66%(65/98)
첫 서브로 포인트 획득 : 조코비치 54개, 알카라스 47개
서브 에이스 : 조코비치 1개, 알카라스 1개
더블 폴트 : 조코비치 2개, 알카라스 1개
세컨드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92%(22/24), 알카라스 97%(32/33)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획득 : 조코비치 12개, 알카라스 16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0%(0/6), 알카라스 0%(0/8)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조코비치 67%(24/36), 알카라스 63%(15/24)
조코비치는 “내 심장과 영혼, 신체, 가족, 모든 것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바쳤을 정도”라며 “엄청난 전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그가 보여 준 세레모니는 아직껏 그가 어떤 극적인 우승 장면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거의 절규에 가까운 오열 그것이었다. 저렇게까지 필요하나?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저래 볼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절실하고 애타게 기다리고 준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이번 결승은 최고의 두 실력자가 조금 한쪽이 기울리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누가 더 간절함의 정도가 강했는가에서 승부가 기울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결과를 나는 그렇게 해석해 보고 싶다.
이 승리로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와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획득하는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테니스 역사상 남녀 단식에서 이 업적을 달성한 선수는 앤드리 애거시(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 슈테피 그라프(독일),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에 이어 조코비치가 다섯 번째다.
차세대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알카라스도 올림픽은 긴장되었을 것이다. 2003년생인 알카라스는 22세 생일이 되기도 전에 메이저대회에서 벌써 4회 우승했고 조코비치보다 월등히 빠른 페이스이며 모든 면에서 이미 조코비치를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역시 개인이 아닌 조국 스페인을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일종의 압박감을 떨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점은 조코비치도 그 동안 4번이나 강력한 우승 후보 시절을 허망하게 보냈던 것과 같은 경우라 보인다.
비록 ‘기록적인’이라는 수식어를 쏟아내며 ‘여기가 정말 지구 맞아?’라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버리진 못했어도, 기다림과 짜릿한 승부와 박진감을 주었던 파리 올림픽 테니스 결승은 그야말로 ‘한여름밤의꿈’으로 충분한 한편의 장대한 서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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